주거침입죄라하면 어디선가 들어본 경험이 있을테지만 주거수색죄는 '이런 죄가 있었나' 싶을 만큼 생소한 죄입니다. 주거수색죄로 고소를 당하고 나서야 '주거수색죄'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주거수색죄는 말 그대로 타인의 주거에서 서랍을 열어보는 등의 행위를 한 경우 성립하는 범죄인데, 이 범죄가 생소한 이유는, 대부분의 주거수색행위는 절도죄 등에 흡수되어 별도로 주거수색죄가 성립하지 않게 되거나, 주거를 수색했다는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주거를 '침입'했다는 증거를 확보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주거를 '수색'했다는 증거까지 확보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하지만 요즘 홈캠(CCTV)이나 블랙박스를 사용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집수리나 가전A/S로 비어있는 집을 방문한 기사님들이 서랍을 뒤지다가 주거수색죄로 고소되기도 하고, 배우자의 불륜 증거를 찾다가, 혹은 이런 저런 사유로 주거수색죄나 자동차수색죄로 고소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
타인의 집에서 무단으로 서랍 등을 수색하는 행위는 분명 범죄이긴하나, 주거수색죄가 무서운 이유는 주거침입죄와 달리 벌금형이 없고 오직 징역형(3년 이하)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언뜻 생각하기에 이는 형평성에 어긋납니다. 주거를 무단으로 '침입'한 사람은 '벌금형'인데, 일단 적법하게 주거에 들어갔다가 서랍 한 번 뒤졌다는 이유로 '징역형'을 받을 수 있으니 선뜻 납득은 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법조인들 사이에서도 '주거수색죄에 대한 규정이 개정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공감대가 있습니다. 실제로 주거수색죄로 기소된 사안에서 위헌법률제청신청, 헌법소원으로 헌법재판소가 주거수색죄의 위헌 여부에 대해 판단한 바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주거수색죄에 징역형만 규정한 것을 두고 위헌이 아니라는 판단을 하였는데, 주거침입의 경우에는 침입행위 그 자체로 성립하나, 주거수색의 경우에는 행위자가 적극적인 의사를 가지고 '조사'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 성립하므로, 주거침입에 비교하여 피해자에게 더 큰 공포심과 불쾌감을 준다는 논리를 펼쳤 습니다(헌법재판소 2019. 7. 25. 선고 2018헌가7, 2018헌바228 결정 참조).
쉽게 말해, 우리집 안방에 신발 신고 무단으로 '들어온' 사람보다, 안방에 있는 서랍을 몰래 '뒤진' 사람이 더 무섭고 싫으니, 서랍을 뒤진 사람을 더 쎄게 처벌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뜻입니다. 이 논리라면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일응 타당한 듯 싶으나, 이는 결론을 지어놓고 이끌어 낸 논리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물론 누군가 내 서랍을 뒤졌을 때, 불쾌하고 찝찝한 느낌이 든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과연 무단침입의 경우보다 더더욱 쎄게 처벌해야할 정도인지, 무단침입에 비하여 유의미하게 무겁게 처벌해야할 정도인지는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언젠가 다른 결론이 날 수도 있지만, 어쨋거나 현행 법규정하에서는 주거침입보다 주거수색을 더 무겁게 처벌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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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변호사 신원진의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려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