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된 「카지노」가 시즌1의 막을 내렸습니다. 「수리남」의 흥행 덕분인지, 외국에서 일어나는 한국인들의 범죄이야기가 드라마 소재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수리남」은 한국인들에게는 그 존재조차 잘 알이 못했던 나라, 아직은 정서상 거리가 있는 마약을 소재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였다면, 「카지노」는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한 '필리핀'과 '카지노'를 소재로 하여 또다른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 같습니다.
오늘은 「카지노」를 보며 떠올릴 수 있는, 속인주의와 도박죄에 대해서 포스팅을 할까 합니다.
속인주의
극중에서 대한민국 경찰관 오승훈(손석구 분)은 필리핀에서 범죄를 저지른 한국인을 수사하기 위해 필리핀으로 파견을 갔습니다. 대한민국 영토도 아닌 외국에서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그 범죄인이 한국인이라면 대한민국 형법을 적용한다는 것이 속인주의 입니다.
대한민국 형법은 속인주의는 물론, 당연하게 속지주의도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영역'내' 범죄라면 그 범죄자가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상관없이 처벌하고(=속지주의), 대한민국 영역'외'라도 한국인이 범죄를 저지르면 처벌한다(=속인주의)는 의미입니다.
참고로, 속인주의 원칙이 적용된다고하여 대한민국 경찰관이 외국에 있는 한국 국적의 범죄인을 대상으로 공권력을 함부로 행사할 수는 없습니다. 대한민국 경찰력 등의 공권력은 어디까지나 대한민국의 영역내에만 미치는 것이고 ,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외국에서의 공권력 행사는 주권침해에 해당합니다. 극중에서 오승훈(손석구 분)이 수사를 위해 필리핀에 파견까지 갔으나, 필리핀 경찰 마크가 오승훈(손석구 분)에게 총도 주지 않고, 주요 순간마다 '나서지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것도, 대한민국 경찰관이라도 외국에서는 일개 외국인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 도박죄
오승훈이 속인주의 원칙에 따라 대한민국의 영토가 아닌 필리핀에 갔다면, 자연스레 떠오를 수 있는 궁금증이 하나 있습니다.
"한국인이 외국에서 카지노에 출입한 것이 범죄인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카지노 출입 자체가 범죄는 아닙니다. 단 카지노에서 도박을 했다면 그건 범죄입니다. 대한민국 형법은 도박을 범죄로 규정했기 때문입니다.
형법 제246조
① 도박을 한 사람은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② 상습으로 제1항의 죄를 범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럼 또다시 드는 의문점은, 그러면 정선 카지노는? 외국 호텔 카지노에서 게임하는 그 많은 한국인은 다 도박죄인가?
정선카지노 경우 국회에서 '내국인도 출입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폐광지역개발지원에관한특별법」을 따로 만들어 놨습니다. 즉 정선 카지노에서 이루어지는 게임의 법적 성격이 '도박'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허락해주는 별도의 법규정이 존재하니 '도박죄'라는 범죄가 성립하지는 않게됩니다. 어려운말로 "위법성이 조각되어 범죄가 성립하지 않음"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이 외국에서 하는 카지노가 모두 불법이라면 라스베가스 투어를 가는 거의 모든 한국인은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도박죄를 규정한 형법 제246조를 잘 보시면, 두 번째 문장에 "다만,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고 하여 도박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외국에서 카지노를 한다고 하더라도 도박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는, 바로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에 해당하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형법은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에는 도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도대체 어느 정도가 일시오락에 해당하는지는 규정해놓지 않았습니다. 이는 결국 대법원이 판례를 통해 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는데 "도박에 건 재물의 가액 정도, 도박에 가담한 자들의 사회적 지위나 재산 정도 및 도박으로 인한 이득의 용도 등 여러 가지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여 결정하여야 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1985. 4. 9. 선고 84누692 판결 참조).
실제 법원의 판결들을 보면 도박의 회당 판돈보다는 게임 전체에 걸쳐 오간 금액에 더 중점을 두고 일시오락 해당 여부를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법원에서 문제된 사례를 보면, 3명이 총 6만원 정도를 가지고 바둑을 둔 경우, 1회당 1천원의 판돈으로 훌라를 한 경우, 1인당 1만원 미만의 돈으로 화투를 친 경우는 모두 일시오락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6게임에 걸쳐 300만원 정도의 도박을 한 경우, 5시간 동안 600만 원 정도가 오가는 화투를 친 경우는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가 아니어서 도박죄가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외국에서 하는 카지노가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하여 도박죄가 성립하지 않은 경우는 관광목적으로 갔다가 소액으로 하는 경우에 해당하고, 「카지노」 드라마에서처럼 큰 금액으로 카지노를 하는 것은 당연히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가 아니니 도박죄가 성립하게 되는 것입니다.
참고로 「카지노」 에서는 극중 출연자들이 소위 에이전트(차무식의 부하 정팔과 상구)를 통해 돈을 빌려 게임에 참여하는데, 필리핀 등 한국인이 많이 출입하는 카지노에는 실제로 한국 에이전트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업계 현장(?)을 보고 극 소재로 활용한 것인데, 에이전트를 통해 돈을 빌려 카지노에 참가하는 것은 도박죄와 별개로 외국환관리법위반죄가 성립합니다. 에이전트를 통한 돈 거래 구조를 보면, 외국 현지에서 에이전트가 의뢰인(?)에게 현지 화폐나 칩(chip)을 '빌려' 주고, 의뢰인은 한국에 있는 은행계좌에서 에이전트가 소유한 (역시나 한국에 있는) 은행 계좌로 빌린 금액만큼 송금하는 식으로 돈거래가 이루어지는데, 이게 바로 소위 '환치기'로 외국환관리법위반 사항입니다.
속인주의 원칙, 도박죄, 외국환관리법위반, 한국 경찰관이 외국에서 공권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 등 모두 「카지노」 드라마의 스토리를 이어가는 주제들이니, 이를 이해하고 보면 더더욱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번에도 또 새로운 법률이야기로 포스팅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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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변호사 신원진의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려 있습니다.
